꿈도 두려움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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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로그 마이가든



계주형인간 applesauce

일대일로 사람을 만나면 사실, 할말이 별로 없다.
상대가 반갑지 않다거나 별로 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냥... 까닭없이 말이 잘 안나온다.
사실 여럿을 동시에 만날 때와 일대일로 만날 때 내가 발화를 하는 시간은 비슷한 것 같은데 말이지.
헌데 대화를 하다가 잠시 소재가 끊겨 다른 대화 주제를 찾는 사이에 흐르는 살짝 어색한 침묵의 시간을 잘 참아내지 못하겠다.
침묵이 흐르면, 왠지 내 탓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나는 먼저 화제를 꺼내는 사람이 아니라, 남이 꺼낸 화제에 맞장구를 치는 사람이니까;
그래도 여럿이 같이 모이면,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 여차하면 나는 맞장구만 계속 쳐도 되고,
침묵이 흐르는 순간에 느끼는 자책감(?)도 줄어드는거야=ㅅ=


올해의 연말 개그대상 수상 예감 : 패션좌파 applesauce

원문보기: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15878


친구의 격한 문자를 받고 급히 접속. 문제의 기사 원문을 탐독하는 순간 뒷골이 띵-한 충격에서 잠시 헤어나오기 힘들었다. 아... 이건 올해 내가 들은 농담 중에-물론 이게 농담이라면- 가장 웃긴거다.  최소한 연대 사회학과 학우라면 십중팔구 모니터 앞에서 의자가 뒤로 자빠질만큼 웃을거다. (혹은 울거다;;;)





우린 '패션좌파', 패션혁명을 꿈꾸다
[20대 관찰기] 좌파여, 좀 간지나게 입자…파티 같은 집회를

안녕? 나는 재영이라고 해. 올해 스물다섯 살이지. 일상 속 사소한 것 하나라도 모두 다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고 싶어. 바라보고 싶은 곳이 많아 이곳저곳 떠돌아다니길 좋아하고, 패션에 관심이 많아 평소 스타일에 목숨 걸고 멋지게 꾸미는 것을 좋아해. 그래서 이번에 내가 쓰려는 글도 ‘패션’과 관련 있는 글이야.

이건 이 분이 즐겨쓰는 말투가 아닐까 싶다. '탐험대장 류석춘과 탐험대원 유재영의 신나는....'과 같이 시대에 길이 남을 레포트 제목을 남긴 분이신 만큼. 그나저나 패션에 관심이 있으신 줄은 알았으나 목숨까지 걸고 계신 줄은 미처 몰라뵜다.

좀 전에 말했듯이, 나는 패션에 관심이 많아 멋지게 꾸미는 것을 참 좋아해. 그런데 생각하는 건 ‘좌파’에 가까워. 기존의 ‘좌파’ 이미지와는 조금 다르지. 기존 좌파는 엄숙하고 딱딱한 그런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잖아. 왠지 패션하고는 조금 거리가 있을 것 같고 말야.

나를 거칠게 이분법으로 나눠 얘기하면, 사고방식은 좌파인데, 몸은 우파인 그런 애라고 할 수 있어. 몸과 마음이 괴리된 스스로가 아이러니할 때도 있는데, 간지나게 입고 다니는 게 좋은걸 어떡해. 그래서 난 스스로를 ‘패션좌파’라고 말해. 패션과 좌파, 뭔가 아리송한 조합이지? 특히, 한국에서는 말이야.



좌파여 좀 간지나게 입자
이거 어디서 들은 익숙한 문구 아닌가요?
그런데 패션과 좌파가 전혀 접점이 없는 건 아니야. 이탈리아 같은 경우에는 ‘아르마니를 입은 좌파’라고 해서, 패셔너블하고 위트 넘치는 좌파도 있거든. 반면, 한국 좌파는 뭐랄까. 엄숙한 얼굴로 딱딱하게 굳어 있는 그런 모습이랄까. 패션 센스는 없는 사람이 태반이고.

그래서 나는 한국의 좌파들이 국민들의 마음을 사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해. 일단, 첫인상부터 호감 가질 않잖아. 물론 사람의 실력이나 됨됨이가 훨씬 더 중요하긴 하지. 하지만 첫인상을 바꾸기 위해 60번의 만남이 필요하다는 TV 광고도 나오는 판이야.

  
  ▲지난해 12월 동대문 서울패션아트홀에서 열린 '창신동 아줌마 미싱에 날개달다' 주제로 열린 패션쇼.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 전순옥씨가 만든 봉제교육센터인 수다공방이 주최했다.(사진=다음 블로그뉴스) 

이미지는 무척 중요한 거라고. 하여간, 이제는 좌파들에게도 ‘이미지’가 중요해졌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난 앞으로는 ‘패션좌파’들이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해.

허나, 나 또한 패션좌파라고 스스로를 정의하면서도 패션좌파에 대해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는 잘 모르겠어. 여러 사람이 비판하는 것처럼 진보의 가치를 사회적 액세서리로 치장하는 입만 산 자일 수도 있고, 아무 생각 없이 단순히 멋있어 보여 그렇게 하는 사람일지도 모르지.

이러한 문제가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진보는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기 위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의 가치가 정말 멋있고 간지나서 따라 하지 않고서는 못 배길 그런 게 되어야 한다고 보거든.
아. 그렇습니다. 이 것은 허지웅의 블로그가 출처군요. 출처를 밝히지 않고 인용을 하면 표절이 아닌가요. 요따위로 레포트 썼다 걸리면 F 면하기 힘드신 거 다 아실텐데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전략이 필요하고, 여기서 전략은 바로 ‘패션’이 될 수 있다는 것! 패션좌파는 그런 의미에서 기존의 좌파와 다르게, 전혀 다른 새로운 좌파로서의 가능성을 보여 줄 수 있다고 생각해. 내가 생각하는 패션좌파는 이래.

1. 엄숙함과 진지함 대신에 유쾌하고 명랑할 것!
2. 빨간색 머리띠와 퀴퀴한 조끼 패션이 아닌, 스타일나게 빼입어 간지날 것!
3. 불통(不通)이 아닌 소통(疏通)을 지향할 것!

이는 작년 촛불집회 때를 생각해 보면 명확해지지. 기존의 좌파들이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환영 받았니? 아니었잖아. 배척받았었지. 소통을 거부하고 대다수 국민들을 계몽의 대상으로 바라봤던 좌파들의 모습은 사실, 정부의 모습과 그다지 다를 바가 없었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국민들이 좌파를 좋아하겠어? 당연히 꺼려 하지. 진보 개혁 진영에서 아직도 마땅한 대선 후보가 나오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해. 하여간 난, 스타일나고 간지나는 사람들과 유쾌하고 명랑하게 즐기다 보면, 어느새 세상은 변화되어 있는 그런 상상을 했었어.

하지만 한국에서 좌파로 산다는 것 자체가 가난을 감수하면서 살아야 하는 거잖아. 물론 안 그런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좌파들이 가난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거야. 특히, 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지. 쓸 돈은 많고, 가진 돈은 적으니, 당연히 패션에 신경 쓸 여력은 없지. 계속해서 패션 센스는 떨어지게 되는 거고. 이건 뭔가 억울하잖아.

패션으로부터 혁명이…?

이런 연유로 난, 혁명을 일으키기 위해선 우리나라의 의류산업을 변화시켜야 된다고 생각한 거야. 물론 돈이 없어도 잘 입고 다닐 수는 있어. 다만 그렇게 되기 전까진 많은 시간과 노력 무엇보다도 돈이 요구되지. 일단 돈이 있어야 뭘 갖추고 다닐 것 아냐. 그리고 예쁘고 질 좋은 옷들은 보통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학생들이 접근하기엔 힘들어.

옷은 그저 걸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야.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장례식장에 갈 때는 검은색 옷을 입는 것처럼, 옷차림은 일종의 사회적인 약속이자 사람의 지위나 신분, 성격을 은연중에 드러내 주는 하나의 상징으로 작용한다는 점은 동의할 거라고 생각해.

허나, 패션에 있어 우리 20대의 모습을 관찰해 보면 대다수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창조하지 못한 채 소비를 주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어(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그러니까). 결국 일정 부분 돈에, 브랜드에 의존하게 돼.

그래서 난 브랜드 회사가 얄미워. 제품의 원래 가격보다 훨씬 더 큰 폭리를 취하는 게 얄밉다고나 할까? 그래서 이런 상상을 해 봤어. 브랜드 가치, 광고비, 유통비 등을 최대한으로 절약해서 이를 사회에 재투자할 수 있다면?

패션 쪽에서도 하나의 사회적 기업이 새롭게 나타날 수 있다는 거지. 컨셉은 싸고 질 좋으면서도, 이쁘게. 더불어 생태적이기까지 하면 더 좋지. 거기에다 진보의 정신을 나타내 줄 수 있는 표어나 사진을 넣으면 금상첨화겠지.

사회적 기업을 선택한 까닭은 스스로 무언가를 해 보고 싶은 20대가 일하기엔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이 많은 영향을 끼쳤어. 노동부로부터 일정한 지원금을 받을 수도 있고, 스펙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니까. 특히, 20대 디자이너들, 의상디자인학과 학생들 위주로 고용 창출이 가능할 거야.

보통 의상디자인학과 학생들의 졸업 후 진로는 도제식으로 브랜드 회사 들어가 막내부터 차근차근 거쳐 수석디자이너까지 올라가거나, 개인 브랜드 회사를 설립하거나(극소수겠지만), 아니면 동대문 패션 시장에 들어가거나, 일반 회사에 취업하는 거라고 하더라고. 이들 중 일부를 사회적 기업에 오게 만든다는 거지. 한마디로 진로의 다각화랄까.

물론 옷의 디자인을 맡을 의상디자인학과 학생 말고도 기획, 홍보, 유통 등 옷을 만드는 데 필요한 인력들을 20대에서 끌어온다면, 이 또한 하나의 실업 대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그렇다고 꼭 20대만을 위주로 사회적 기업을 구상하겠다는 건 아냐. 다만 내가 20대고, 나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이 세상이니 좀 더 20대에 초점을 맞추었을 뿐이야.

하여간, 내 주장은 이래. 패션에 관심 있는 20대들과 함께 힘을 합쳐, 싸고 질 좋으며, 더 나아가 진보의 정신을 드러내 줄 수 있는 그런 멋진 옷을 만들어 보자는 거야. 이를 통해, 좌파는 딱딱하고 엄숙하고 패션 센스 없다는 기존의 이미지를 ‘패션좌파’들이 부수어 버리는 거지. 아르마니를 입은 이탈리아의 좌파처럼 한국의 좌파도 세련되고 멋져져서 국민들의 맘을 훔쳐 버리는 거, 그거 정말 가슴 설레면서도 흥분되는 일 아니니?

우리는 패션좌파, 패션으로부터 조용한 혁명을!

상상력에 권력을

가끔 난 이런 상상을 해. 집회나 문화제에서 패션쇼를 여는 거야. 민중음악이나 집회 관련 영상을 반복해서 틀어주는 것 말고. 모델들은 최근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사안이나 진보의 정신을 드러내 줄 수 있는 옷들을 입는 거야. 예를 들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나, 동성애 차별 금지, 인권 보장, 미디어법 개정 반대, 의료민영화 반대, 용산 참사 규명…. 이런 것들 말이야.  

  
  ▲필자.
시민들은 이를 즐겁게 구경하면서 사회의식도 갖고 더불어 패션 센스도 키우고. 여기에 아이돌이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올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담이지만, 한국의 아이돌들이 팬들에게 “우리는 혁명을 원한다!”고 얘기하면, 진짜로 혁명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

또한 이런 상상도 했었어. 집회에서 전·의경들과 대치할 때가 있잖아. 그때 기존에 했던 스크럼으로 경찰들과 맞서는 게 아니라, 기타를 들어 음악으로 노래로 대치하는 거야. 철없고 유치한 상상이지만, 폭력 대신에 평화롭게 음악으로 소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니?

비록 지금 현실이 시궁창일지라도, 상상력만큼은 결코 멈춰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이런 것도 있어. 이 일이 한국에서 실제로 일어났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진중권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집회 때 레이저포인터로 빌딩에 그림을 그리거나 문구를 쓰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집회장이 딱딱하고 엄숙한 분위기의 공간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예술 공간으로도 바뀔 수 있다는 거지.

외국의 가든파티처럼 집회에서 파티를 여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서로의 뜻을 공유하며 재미나게 즐기는 거야. 밴드하고 싶은 사람은 여기서 밴드 멤버를 모집하고, 동호회 정모를 이곳에서 열기도 하고 말야.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서로 만나 연애도 할 수 있겠지.

촛불집회에서 우리가 목격했던 것처럼, 집회장은 저항과 항의뿐만이 아니라 놀이와 축제의 공간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해. 허나, 지금까지 말한 내 상상들은 집회의 성격을 훼손하거나 집회를 너무 가벼워 보이게 할 수도 있어. 그러한 문제점에 대해선 충분히 경계해야 된다고 생각해.

이때까지 우리는 스스로에게나 타인에게나 너무 엄숙했던 것 같아. 요컨대, 단 한순간도 재미있게 지내지 못했던 거지. 진보가 즐겁지 않으니까, 당연히 사람들은 자연스레 진보를 기피했던 거고. 그래서 난 집회가 놀이와 축제의 한마당이었으면 좋겠어. 집회 신고가 거부당하니까 대안적으로 행해지는 문화제 말고. 진짜 축제! 먹고, 마시고, 음악과 춤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동의 축제 말이야.

그러면 집회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 되겠지. 놀면서 사회의식을 기를 뿐만 아니라, 더불어 진보에 대한 이미지도 바꿀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거지. 공상이긴 하지만, 그렇기에 더 가슴 설레고 짜릿하지 않니? 혼자 꾸는 꿈은 그냥 꿈일 뿐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그런 말처럼, 우리 이제 상상력에 권력을 주자. 상상력에 경의를 표하자!

                                                  * * *

* 이 글은 우석훈 박사가 최근에 『88만원 세대』후속작으로 펴낸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88만원 세대 새판짜기』에 실린 글이다. 『혁명은...』에는 '대학생들의 20대 관찰기'라는 장에서 7명의 대학생들이 쓴 88만원 세대들에 대한 기록이 있다. 이 글은 그 가운데 하나.

이 글의 필자는 촛불집회에서 경찰이 첫 물대포를 쏘던 날, 뒷자리에 있다가 엉겹결에 맨 앞으로 밀려 생애 처음 물대포를 맞았다. 그러다 부상을 당해서 변호사 없이 국가를 상대로 아버지와 둘이서 손해배상소송을 1년째 진행하고 있다. 그에겐 촛불집회가 인생관과 삶을 바꾸어 버린 결정적인 사건이 되었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4학년.







 글쓴이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이미지 메이킹을 잘 해서 좌파에게 배타적인 대중들의 지지를 유도해보자' 정도로만 읽어주다면 너무 호의적인 해석이지 싶다. 사실 대부분의 독자가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음도 자명하고.
 어찌보면 언뜻 귀엽기도 한 글이다. 나름 신선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또 사회적 기업을 구상하고자 노력한 흔적도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글이 귀여운 이유는 너무 순진한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수십년간 좌파에 등돌려온 대중들이 '옷 잘입는 좌파'에 홀려서 마음을 돌려주지 않을까 하는 순진한 믿음은 글쓴이의 순수한 영혼에 기인한 것일까. 기존 좌파의 이미지가 격하고 위험하고 빈티나는 쪽에 가까운 건 일견 사실인 것 같다. 하지만 사람들이 단순히 좌파가 '없어보여서' 지지하지 않는 건 아니라고 본다. 더욱이 옷 좀 빼입어서 '있어보이는' 좌파에 지지표를 던질 것 같지도 않고.
 뭐 근본적으로 우리나라는 좌파의 지지기반 자체가 빈하다. (좌파들의 외면이 어찌되었든 간에) 냉전시대의 반공교육씩이나 받은 기성세대들이 갖는 반감이야 새삼스러울 것도 없고, 심지어 냉전 이데올로기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라난 우리 세대들 조차도 좌파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그건 좌파가 빈티나게 입고 다녀서가 아니라, 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보장해준다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거다. 유년시절 IMF인지 뭐시기한테 영문도 모른채 얻어맞고 기우는 가세에 울적했던 세대가 우리다. 또 신자유주의 무한 경쟁에 가드 올릴 새도 없이 내던져진 세대가 우리다. 위기에 몰린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자들이 손에 손을 잡고 "못살겠다 갈아보자!" 하며 혁명의 불꽃을 피어올릴 수 있다면, 저승에 계신 맑선생께선 실로 훈훈한 미소로 우리를 굽어보실테지만, 그런 일은 아마 없을거라는 거, 모두 다 알고 있지 않나. (우리는 혁명의 기치 아래 일어섰다 스러진 공산진영의 말로까지도 다 알고 있는거다.) 물론 글쓴이도 이렇게 앞뒤좌우 꽉꽉 막힌 상황이 답답해서 변화를 모색해보고자 이런 귀여운 방법이라도 구상해 본 것 같긴 한데, 요런 꼼수가 통할만큼 녹록한 세상은 아니지 싶다. 꼼수라 부르기에도 민망하리만치 설득력없는 꼼지락,이기도 하지만.
 좌파의 주장이 통하려면 옷 갈아입고 연예인 동원해서 잠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정도의 선전전략으로는 부족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입지가 불안할 수록 강자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법이다. 불안한 사람들은 기득권층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에게 편입되고 싶어하지, 더욱 불안해보이는 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거다. (그러게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지 않던가;;) MB가 어디 '간지'가 나서 대통령이 되었나?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건 '경제만 살리면 된다'는 대중들의 하염없는 열망이었다. (물론 MB가 경제를 살려줄거라는 근거없는 믿음 자체에 오류가 있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유권자들이 원하는 건 패션으로 감출 수 있는 외향보다는 조금 더 실용적이다.
 대중들이 호응할 수 있는 좌파, 대중들이 따라하고 싶은 가치로서의 좌파가 된다면 더없이 좋겠다. 하지만 '옷'은 이런 무지개빛 꿈을 실현시키기엔 저차원의 수단이 아닐까 싶다. 더욱이 저어되는 것은, 좌파 내부에서조차 코웃음치고 넘어갈 것 같은 주장이란 점. 우리가 옷을 못입어서 사람들이 우리를 거들떠도 안보는거야, 우리도 GQ 정도 읽어주고 센스있고 엣지있게 차려입어주면 사람들이 좋아할거야, 내가 좌파인들 썩 매력적인 제안은 아닐 성 싶다.
 바야흐로 이미지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표현조차 구태의연한 요즘이다. 정치에 별반 관심없는 다수의 젊은 유권자들을 새로운 이미지로 사로잡아 보자는 얘긴, 사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말이다. 헌데 그 수단과 방법이 무엇이어야 하는가가 문제인거지. 시위 문화를 좀 더 부드럽게 바꿔보자, 패션분야에서 사회적 기업을 일으켜보자, 이것 참 지당하신 말씀이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시위 분위기가 좀 유해진다면, 나처럼 광장 공포증이 있는 사람도 조심스레 출석도장을 찍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걸게 된다. 헌데 아무리 봐도 글쓴이가 서두부터 강하게 주장하는 '패션좌파'의 슬로건 하에 실현 가능한 청사진은 아니지 싶어.
사실 나도 뭐 뾰족한 수가 있는 거 아니다. (그런 게 있으면 당장 제안서 들고 정당 사무실이라도 찾아가서 일자리를 구걸해보겠소-_-) 그래도 최소한 '패션 좌파'가 대안이 못된다는 건 알겠다. 더욱이 지금도 작은 밥그릇 놓고 서로 한 술 더 뜨겠다고 쌈박질 하고 있는 소위 좌파 진영을 생각하면... 글쎄다. 일단 좀 매력적인 컨텐츠를 채운 후에 포장을 하자. 빈수레 포장해서 요란하게 끌고 다녀봐야 잘빠진 세단하곤 게임도 안된다.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좌파가 옷을 갈아입고 새 단장을 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어라 니들 요새 좀 달라졌네? 하고 관심을 주려나? 글쎄. 예나 지금이나 다수의 대중들에게 '좌파'는 그저 아웃오브안중,인 것 같다. 좌파고 우파고를 떠나, 그냥 정치적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한 게 아닐까. 어차피 다수의 유권자는 뭐가 좌파고 뭐가 우파인지도 모를거다. 영남당 호남당은 알아도. 조선일보에서 DJ나 노무현 정부를 놓고 좌파라고 까대면, 그저 갸들이 좌파인갑네- 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일거다. 좀 신선하고 정치적인 비젼을 떡밥으로 던지면서 텃밭을 가꿔가야지, 손바닥 만한 지지층 놓고 땅따먹기 백날 해봐야 뭐하나. 뭐 내가 좌파가 아니어서, 그들의 작은 목소리에 노상 귀를 기울일만큼 친절하지 않아서 모르는 걸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정치적으로 먹힐만한 비젼이 있었나조차 의심스럽다. 이 마당에 이런저런 전략이랍시고 머리 싸매봤자 뾰족한 수 있겠나. 파이를 공평하게 나누는 것도 정말 중요하지만, 파이를 키워야할 때도 있는거다. (당신들의 파이는 아직도 크라운 빅파이 사이즈잖아ㅋㅋㅋㅋ) 그리고 파이를 키울 수 있는 방법으로는, 옷 잘입는 정치인에게나 혹할 만한 사람들보다 정말 좌파의 이념적 지향이 실현되었을 때 실질적인 수혜를 입을 수 있는 계층의 사람들에게 무엇이 당신들의 권리를 위한 선택인지 알리는 쪽이 더 가깝지 않으려나 싶다. 만에 하나라도 좌파 정권이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정책적인 혜택을 누리게 되는 건 '패션'에 관심 기울일 여력조차 없는 서민들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나 역시 순진한 생각을 버리지 못한건가 싶기도 하네.
 그리고 뭐 이탈리아에 아르마니 수트 자락으로 간지폭풍 휘날리는 좌파가 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다만, 그래도 최소한 그 나라 좌파의 정치적 지지기반이 우리나라 좌파보다 넓고 견고하다는 건 안다. 뭐 좌파 진영이 광범위하니까 아르마니 입을 만큼 잘 사는 놈도 좌파하겠지. 좌파가 입은 아르마니가 탐이 나서 나도 좌파할래, 하고 뛰어드는 건 아니란 말이다.



 아마 글쓴이는 허지웅 블로그가 자신의 즐겨찾기에만 들어있는 보물창고라고 생각했는가보다. 이렇게 당당하게 남이 썼던 문장을 다른 논지로 가져다가 인용하고 일언반구조차 없는 걸 보면. (뭐 인용표시라도 해놨는데 편집과정에서 누락된거라고 믿고 싶다. 최소한 내가 알기로 우리 과 그렇게 녹록하게 애들 가르치지 않는다ㅠㅠ) 여하튼 덕분에 이 글은 허지웅의 블로그에서 신명나게 까이고 있다.
 그렇잖아도 글쓴이는 과내에서 눈에 띄는 언동으로 유명인 아닌 유명인인지라, 이 글을 읽으니 그가 연루된 각종 에피소드마저 떠오른다. 肉牛 유재영 선생님,하면 알만한 사람 다 알거다. 가뜩이나 까이는 사람, 그것도 오프라인으로 아는 사람을 온라인에서 까자니 좀 측은지심이 들기도 하는데..... 솔직히 웃긴 걸 어뜩해;;;;;; 문득 김연우의 노래 한 소절이 떠오른다. 널 차라리 몰랐더라면~♪...이렇게까지 웃기진 않았을텐데 말이다ㄱ- 뭐 패션좌파의 인증셀카까지 올리셨으니 모르는 사람들도 모니터 앞에서 실소할 수는 있겠지.

 글이 좀 설득력이 있으려면, 언행일치가 되거나 혹은 글 자체가 너무 수려해서 흠잡을 데가 없어야하는데 우선 이 분은 둘다 안되고 있다.(차라리 우리의 GQ맨 J군이 옷 좀 잘입고 다니자고 외쳤으면 내가 이렇게까지 포복절도하진 않았을거야__) 뭐 본인이 패션에 관심이 많고 스타일에 목숨건다는데 개인취향 놓고 딴지 걸 마음도 없고 아웃풋을 비난할 처지도 못되지만. 옷 잘입는 패션좌파를 자처하면서 니들도 옷 좀 잘 입어봐-라고 건, 제법 위험한 발상인 것 같다. 이건 최소한 자신이 패션감각 면에서 우월하다는 전제 하에 전개하고 있는 글이 아닌가. (그것이 좌파의 정치적 역량에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변수임에도 불구하고. 이 글에서 내가 다른 좌파보다 좀 잘나가-라는 뉘앙스를 느낀 건 나뿐일까.) 설령 본인이 뉴욕 컬렉션 런웨이가 울고 갈 폭풍간지라고 한들, 나 처럼 입어봐 요렇게~ 하고 깐죽거리다가는 죽빵맞기 십상이지 싶어. 옷 잘입는 거, 물론 좋지. 나같은 외모지상주의자들한테야 옷 잘입은 사람 구경하는 것 만큼 즐거운 일도 몇 없다. (센스있는 학우들 덕에 눈호강 할 때면 난 그저 아주 감사할 따름이야.) 사회학과 사람들 전반적으로 옷에 좀 무심한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근데 어쨌거나 다들 제 나름대로 맘에 드는 옷을 골라 입고 다니는건데 거기다 대고 "옷 잘입어 혁명하자!"라고 외치는 것도 좀, 일종의 폭력일 수 있지 않을까. 더욱이 패션에 대한 가치부여는 하나의 선호에 불과하다. 만약에 조기축구 나가서 땀흘려 뛰는게 일상의 가장 큰 낙인 축덕후 좌파가 나타나서, 축구야 말로 국민 스포츠요 협동과 연대정신의 집약체다. 그라운드 위에서 우리는 진정 평등하게 거듭난다. 축구를 좌파와 접목시켜 전국의 축구팬을 좌파로 유인하자! 라고 결연하게 외친다면 뭐라고 반응하시려나.
 또 최소한 내가 강의실에서 만나고, 또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눠본 수십명의 사회학도들은 뭘 입었건 간에 자기 주관 뚜렷하고 사리분별 명확하며 영민한 사람들이다. 적어도 패션좌파를 자처하는 글쓴이에게는 없는 아우라가 있는 친구들이다. 니가 뭔데 우리더러 옷 잘 입으라 마라 간섭이야?! 하고 울컥,하는 심정은 내가 삐딱해서 그른가... 아 참, 아니지, '우리'는 아니다. 나는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니야. 아니지, 암 아니고 말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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